[PMC: The Bunker] Markus x Ahab

[PMC: The Bunker] Logan x Ahab

 

 

 

 

Yo, intern. Think carefully. What do you want to do with captain?

 질문이 머리를 때리면, 로건은 입을 다물었다.

 

***

 

단어가 세분화되고 교집합이 자꾸만 생기면 혼란은 거기서 야기되는 법이다. 아마 자신의 혼돈 역시 교묘한 교집합에서 도출되었을 거라고, 로건은 회고했다. 말이 좋아 회고였지 이는 후회일 수도 있었다. 오래되지 않은 과거를 되짚을 때 생기는 새파란 후회. 로건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고 짜부라진 폐에는 통 공기가 들어오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냐고 물으면, 글쎄. 초콜릿 바? 시발점은 그게 아닐까. 에이헵이 툭 던져주던 그 1달러짜리 간식 말이다. 단순한 간식거리이자 힘내라는 응원이었다. 로건이 받아들이기로는 그랬다. 설령 에이헵이 주머니를 뒤져 남아도는 음식을 처리한 거라고 해도, 로건에게는 그 에너지 바가 꽤 큰 위로가 되었으니까.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에이헵은 로건의 사수로 마쿠스를 배정했다. 누가 봐도 상성의 사람을 붙여준 의도는 에이헵만이 알 일이었으나, 통보를 들은 마쿠스나 로건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것을 보면 둘의 편의를 봐 준 결정은 아니라는 게 확실했다. 차라리 제럴드, 하다못해 호세나 페드로도 있는데 어째서 제가 저런 놈의 사수를 맡아야 하냐며 마쿠스가 투덜거렸지만, 에이헵은 그 불평을 묵살했다. 서로에게서 좀 배우라고. 에이헵은 일축했다.

마쿠스는 영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굴었다. 그냥 공도 아니고, 럭비공같이 고약한 녀석 말이다. 어느 날은 불콰하게 취해선 기분 좋게 웃어대다가, 다음 날이면 얼굴을 잔뜩 구기고 사격 연습을 시킨답시고 사람을 세 시간 꼬박 굴리기 일쑤였다. 로건은 불합리한 처사에 입을 닫고 있을 양반은 아니었으나, 어디 PMC 같은 집단에 법이 통하고 규칙이 세워져있겠는가. 서열이 규칙이고, 대가리의 말이 곧 법이었다. 에이헵이 마쿠스더러 로건을 보라 하였으니 그게 법이었고, 로건보다 서열 높은 마쿠스가 시키는 일은 규칙이었다. 애초에 해킹 실력을 인정받아 들어오게 되어선 총질이나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으나, 마쿠스가 필요하다하니 로건은 별 수가 없었다.

에이헵은 자주 자리를 비웠다. CIA와의 비밀스러운 회담을 위해, 무기 거래를 위해, 가끔은 필라델피아에 있는 제 아내를 보러가기 위해. 에이헵이 자리를 비우면 공석은 제럴드의 차지였다. 그러기 위해 세워둔 알파였으니, 이의를 제기하는 놈은 없었다. 심지어 그 왈가닥 마쿠스 역시도 제럴드가 임시로 차지한 대장 자리에는 불만이 없어보였다.

에이헵이 숙소에 머무는 일은 적었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돌아가는 걸 모를 정도로 둔하지도 않았다. 그는 눈치가 기민했고, 적재적소에서 끼어들 줄 알았다. 수컷들의 무의미한 드잡이 질이 커질 때, 늘어지는 분위기를 틀어쥘 사람이 필요할 때, 녹초가 되도록 훈련을 받고 어깨가 쳐진 신입을 응원해 줄 때. 에이헵은 그 순간마다 매 번 자리에 있었다. 놀라울 만큼 정확한 타이밍이었다.

늘어진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곤 불쑥 내밀던 초콜릿 바. 퍽 다정한 건넴이었다. 에이헵의 주변에 졸졸 따라다니는 사내 열댓 명이 항시 존재한다는 걸 떠올려보면 더욱 그랬다. 주변 득실한 놈들 틈에서 갈피 못 잡는 인턴 하나 챙겨주는 행동이, 로건은 제법 기분 좋았다. 울타리 안에 들어있는 기분이기도 했고, 믿음직한 등을 보고 설 자격을 얻은 것 같기도 했다. 특히나 제가 소속된 곳이 에이헵같이 유능한 대장의 품이라면.

블랙 리저드는 모두 대가리가 제법 꼿꼿한 편이었다. 6년간 어떠한 실패도 없던 팀. 불구의 동양인이 이끄는 완벽한 팀. 명성은 제법 자자했다. 맥켄지가 고된 일에는 한결같이 블랙 리저드를 고를 정도로. 에이헵의 빈틈은 제럴드가 채웠고, 팀 알파는 그런 제럴드의 수족이 되었다. 브라보와 찰리는 에이헵의 눈과 귀가 되어 움직였다. 그리고 델타는…….

델타는 오로지 한 명. 마쿠스뿐이었다. 에이헵의 다리.

로건은 어째서 에이헵이 마쿠스에게 그런 중책을 맡겼는지 알 수 없었다. 실력이야 확실하다지만, 종종 마쿠스는 에이헵의 말을 비꼬거나 비웃었다. 충성심이라는 게 있을까 싶은 모습. 종종 제럴드와 반목하는 모습을 보면 의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봤자 이제야 겨우 병아리 딱지를 뗀 로건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에이헵은 동경 받아 마땅한 대상이었다. 그가 다리를 잃기 전에는 더욱 빛이 났으리라는 걸, 로건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난리 통에 의족이 부러져 마쿠스의 부축을 받아도, 에이헵의 기상은 꺾이는 법이 없었다. 로건의 눈은 에이헵을 좇았다. 동경이라고 생각했다. 종종 건네주는 초콜릿 바 따위가 설렜고, 목소리에 청각이 예민하게 서고, 그 주변을 맴돌게 되는 일렬의 행동들이 동경에서 기인하다고 여겼다. 감정의 교집합에서, 로건이 고른 감정의 이름은 그것이었다.

그러니까,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랬다.

그 어떤 날과 비교해도 어색할 것 없는 하루였다. 전조가 없는 비극처럼 하루는 시작했다. 에이헵은 네댓 개 들어온 제안서를 추려내는 중이었고, 옆에 붙은 제럴드는 에이헵이 볼 서류들을 먼저 훑어내고 있었다. 애초에 서류와는 상성이 좋지 않은 놈들이 많거니와 불법체류자들에게 서류란 무쓸모에 가까워서, 에이헵은 보통 며칠에 걸쳐 모아둔 것들을 제럴드와 날을 잡아 정리하곤 했다. 대부분이 오퍼였고, 드물게 장비 대금청구를 서면으로 보내는 놈들이 있었다. 에이헵은 자주 지루해했고, 제럴드는 가벼운 농담으로 숨을 돌렸다. 마쿠스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로건을 신나게 굴려댄 참이었다. 마쿠스는 주로 플라스틱 간이 의자를 끌어다 앉고, 그 긴 다리를 쭈그리듯 구부린 채, 허리를 숙이곤 해바라기 씨를 까먹곤 했다. 바닥에 널린 껍질은 결국 또 로건이 치우게 될 터였다.

로건이 땀범벅이 되고서야 소금기가 묻은 손을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난 마쿠스는, 가도 좋다는 듯 손만 휘저은 게 전부였다. 마치 다마고치를 데리고 지루한 시간 때우기를 끝낸 사람마냥. 로건은 입술이 절로 비죽 튀어나왔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말을 섞어봤자 말려드는 게 저라는 사실은 이전에 깨우치고도 남았다. 그저 욱신대는 근육을 붙잡고 샤워실로 들어가는 게 로건의 최선이었다.

그리고,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더라.

충격적인 일은 때로 뇌리에 강인하게 박히기도 하지만, 가끔은 통째로 기억이 휘발되는 것처럼 흐려지기도 하는 법이다. 이번 것은 둘 다 해당되는 일이라, 사건은 기억에 남았고, 장면은 안개가 낀 시야마냥 뿌옇게 잔상만이 남았다.

아마, 그래. 뜨거운 물로 몸을 천천히 닦아내며 로건은 생각을 정리했었다. 입 안으로 문장을 나열하기도 하고, 상황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해 보기도 했다. 사수를 바꿔달라는 요구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 마쿠스가 시키는 일들은 꽤나 강한 체력을 요구했으나, 그게 전부였다. 항상 같은 프로토콜로 돌아가는 훈련은 굳이 마쿠스가 없어도 될 정도로 나날이 몸에 익었고, 로건은 기왕이면 단순 노동, 그 이상의 것을 습득하길 바랐다.

샤워를 마치고, 주린 배를 통조림 캔과 패스트푸드로 때우고 나면 이미 늦은 저녁이었다. 애매한 밤이 닥쳤을 무렵이라, 노을 끝자락이 지하로 쑤셔 박히는 와중이었다. 숙소가 조용한 것을 보면, 한바탕 서류 작업을 끝낸 제럴드가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팀을 데리고 펍이라도 간 게 틀림없었다. 에이헵이 같이 갔을지는, 확인해봐야 알 일이었다.

처음으로 방문한 것은 몇 시간 전까지 에이헵과 제럴드가 서류뭉치와 씨름하던 사무실이었다. 있을 리가 없지. 일이 끝났는데 그 자리에서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을 에이헵이 아니었다. 이미 불이 꺼진 사무실을 확인한 로건은 얕은 한숨을 쉬며 문을 닫았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을 노려야 하는데, 내일도 에이헵이 숙소에 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피곤해서 쉬고 있을지도 몰라. 야트막한 생각이 사고회로를 스쳐지나갔다. 혹시 모르니 캡틴 숙소에 들려보고, 그가 깨어있으면 말이라도 건네자는 생각을 했다. 잠들었으면, 내일 아침에 얘기하면 될 일이었다. 로건이 짐작한 상황은 두 가지였다. 그가 자고 있거나, 깨어있거나. 사실 둘 이외의 상황이라고 해 봐야 자리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로건이 간과한 것은, 혹시라도 깨어있는 에이헵이 무엇을 하고 있을 지였다. 큰 사실을 간과한 셈이었다.

에이헵의 방문은 애매하게 닫혀있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닐 터였다. 본디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숙소는 낡고 허름한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훈련장이나 체력단련실만 신식에 가까웠고, 숙소는 밤중에 난방이 꺼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에이헵의 숙소라고 다를 바는 없었다. 밀어 닫힌 문은 체중을 실어 누르지 않으면 달칵, 하고 걸쇠가 맞물리는 소리가 나질 않았다. 제대로 닫히지 않는 문이었다. 아마 잠갔다고 생각했겠지. 이후에 생각해보면 그랬다. 문을 잠갔으되 제대로 닫히지 않았을 뿐이다.

방문 너머로는 인기척이 들렸다. 음성이라기 보단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가까웠다. 벽과 문에 가로막힌 소리는 막혀서 방 안을 돌았고, 로건이 틈으로 들을 수 있는 소음은 한정적이었다. 의심 없이 로건은 문고리를 잡아 밀었고, 아귀가 맞지 않아 애초에 제대로 닫힌 적도 없던 문은 미끄럽게 입을 벌렸다.

 

……!”

 

우읍, . 이불에 처박힌 놈이 삼켜내듯 내지른 소리가 푹신한 침구에 파묻혀 스러졌다. 이러니 밖으로 새어나올 소리가 없는 것이다. 캡틴, 하고 부르려던 로건의 입은 벌어지지도 못하고 굳을 수밖에 없었다.

끼익. 작게 스프링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로건의 정면에는 대가리를 이불에 쑤셔 박고 엎드린 에이헵이 있었다. 양 팔이 사납게 침대 시트를 움켜쥐고 단단한 근육이 팽팽하게 설 정도로 바짝 힘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등은 한껏 움츠리듯 바짝 굳었고, 으르렁거리듯 목 깊숙한 곳에서 흐르는 소리가 읍읍대는 소리와 맞물려 이불 속으로 먹혀들어갔다. 땀에 절은 나체가 흠칫대며 떨리는 모습은 적나라했다.

그리고.

마쿠스가 있었다.

무릎 꿇고 엎드려 상체를 침대에 바짝 붙인 에이헵의 뒤에. 뒷무릎을 접고 허리를 세운 채로, 로건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자리에, 마쿠스가 있었다. 두개의 시선은 완벽한 마주치고야 말았다. 마쿠스가 허리를 가볍게 뒤채면, 그 아래 에이헵이 앓는 신음을 삼켰다. 목 너머에서 들끓는 소리를 억누르며, 쾌감에 절은 놈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미 더운 열기가 한가득인 방이다. 이제 막 시작한 것도, 그렇다고 끝나갈 무렵도 아닌, 격정의 중간. 로건은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한 채로 굳어있었다. 마쿠스는, 눈썹을 반쯤 추켜올리며 흥미로운 것을 본 양 굴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에이헵은 아직 어떠한 사실도 모르는 듯 앓는 신음을 헐떡대기 바빴다.

모두의 대장이었고, 저의 대장이었다. 그런 자가 항상 착용하던 의족을 어디둔지도 모른 채로, 침대에 엎어져선 다른 놈의 좆을 받아내고 있었다. 실망도, 역겨움도 아닌 묘한 분노가 로건의 속에서 일었다. 경악이 뒤덮고 있는 참이라 아직은 파헤치지 못한 감정이었다. 로건은 숨을 흡, 삼켰다.

 

, 그만……. , 우윽, ! , , !”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하고 몇 번이나 무너진 상체를 세우려 에이헵이 팔로 침대를 밀며 몸을 일으키려했지만, 마쿠스가 허리를 크게 움직이며 퍽, 소리가 날 정도로 뒤를 박아내면 놈의 몸은 곧장 무너졌다. 후들후들 떨리는 팔을 보면 진작 한계가 온 것이 뻔했다.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대부분이 신음이었고, 아주 드물게 한국말이 섞여있었다. 알아듣지 못 할 말이었지만, 알아듣지 못해도 상관없는 말이기도 했다. 이미 몇 번을 싸질렀는지 얼핏 보이는 에이헵의 성기에선 묽은 정액만 줄줄 흘러나올 뿐이었고, 의족이 떨어진 오른 다리는 이상할 정도로 정액 투성이였다. 마치 마쿠스가 부러 싸질러두기라도 한 듯이.

마쿠스는 그저 로건을 빤히 마주하다, 으레 그렇듯 입 꼬리를 당겨 웃었다. 유난히 눈알이 번득거리는 것도 같았다. 광기가 가득 찬 놈처럼. 로건이 진저리를 내는 눈이었다.

마쿠스가 검지로 제 입을 눌렀다. 쉬이. 조용히 하라는 신호다. 로건은 반사적으로 입을 더욱 꾹 다물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 말을 들을 필요가 없음을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조용한 적막이 내려앉으면, 마쿠스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에이헵의 허덕대는 숨소리는 유난히 선명했다. 로건이 알던 모습은 아니었다. 단단하거나, 때로는 오만하거나, 자신감에 차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쾌감에 절고, 녹아내려서 발정난 놈이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해 끙끙대는 모습이었다. 신음소리를 내는 게 달갑지 않은 지 몇 번이고 숨을 참아내는 듯싶지만, 몇 번만 마쿠스가 몸을 움직이면 기어이 견디지 못하고 아, , 단말마 같은 소리를 내뱉는 모습이었다. 로건이 알 리가 없던 모습이자 상상하지도 못했던 모습. 마쿠스는 희열에 가득 차 웃었다.

 

“Cap. Say something. You are just crying.”

 

목소리를 이끌어낼 심산인 듯 마쿠스가 낮게 으르렁대면, 에이헵이 더욱 거칠게 성이 난 듯 그르렁, 목을 울렸다. 녹초가 되어서도 짓밟히진 않겠다는 듯 처절하기도 했다. 소름이 돋아 로건이 작게 뒷걸음질을 치면, 마쿠스가 기다리라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좋은 구경거리를 보여주고 싶다는 듯.

 

“Fuckin. Stop, Mar……!”

 

갈라지고 긁혀 나오는 음성이었다. 쾌락에 절어선 더 이상 스스로를 주체하기 어려운지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정제되지 않은 음성에는 쇳소리가 섞였고, 발음은 알아듣기 버거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상관없다는 듯 마쿠스는 혀로 입술을 핥아내며 에이헵의 양 골반을 강하게 틀어쥐었다. 그가 원한 것은 그저, 그 목소리를 내는 놈이었다. 어떤 말을 하든, 애초에 상관없었다. 마쿠스가 허리를 크게 움직이나 싶더니, 에이헵의 몸이 앞으로 밀려날 정도로 강하게 페니스를 쑤셔 박았다. , 하고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로건에게까지 생생할 정도로. 그리고 이어지는 날카로운 교성. 찢어지는 소리에 가까웠다. 단단한 음성이 순간적으로 무너지면서 나는 신음이었다. 마쿠스가 진하게 웃으며, 허리를 재차 놀렸다. 찢어진 틈이 메워지기 전에, 에이헵에게서 흘러나오는 신음을 모조리 짜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 흐읍, ! 우윽, , ! 걷잡지 못한 소리가 마구잡이로 튀어나오면, 로건의 몸은 후들후들 떨릴 정도였다. 마쿠스는 그제야 만족한 듯 나가보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로건은, 이번에도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문을 조용히 닫으며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귀에는 아직도 선명한 소리가, 흡흡 대며 숨을 참는 소리,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 강하게 내뱉어지는 신음소리가 왕왕대고 있었다. 제가 무엇을 하러 이 방에 찾아왔는지는 이미 기억에서 지워지고 없었다. 로건은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꾹 말아 쥐고, 한참을 닫힌 방문 앞에 서 있었다. 닫힌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다시 처음처럼 부스럭대는 인기척에 가깝게 사그라졌다.

아랫도리가 뻐근했다. 동경이었다. 불과 삼십분 전까지는 그랬다. 지금은……. 과연 이게 동경일까? 로건은 대답할 수 없었다.

어째서 에이헵을 따라다니던 저를 마쿠스가 그리 아니꼽게 봤는지, 유독 다른 놈들보다 제가 에이헵과 친해지는 걸 마쿠스가 못마땅해 했는지. 그제야 로건은 깨달았다. 동경이 아니었다. 저도 모르던 것을 마쿠스는 알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What do you want to do with captain? 마쿠스는 종종 질문했다. 로건은 어깨를 으쓱했다. 하긴 뭘 하냐고, 우리 다 같이 힘을 합쳐 임무를 완수하는 거 아니냐고. 항상 그렇게 대답했다. 동경과 욕정의 애매한 교집합에서, 로건의 대답은 단순하고 1차원적이었다. 우윽, . 다시금 에이헵의 음성이 요동쳤고, 순간적으로 올라간 신음소리가 문을 간신히 넘어 로건의 귓전을 때렷다.

What do you want to do with captain? 로건이 되물었을 때, 마쿠스는 어떻게 했더라. 로건은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었다. 마쿠스가 대답을 했던가? 어떤 반응을 보였던가? 그러다 문득, 기억의 파편이 로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그래, 마쿠스는 그저, 혀를 내밀어 입술을 느릿하게 핥았을 뿐이다. 그것이 마쿠스의 대답이었다.



Posted by 백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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